'왜, 아픈가?'
온 나라, 온 세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온통 난리다.
‘왜, 아픈가?’
내 평생 화두(話頭)다.
사스, 메르스에 이어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작은 바이러스 하나 앞에 속수무책, 병들고 죽어가는 인간들은 물론, 구제역, 조류 독감에 돼지 열병으로 수백 수천만 마리 소 돼지 닭들이 산채로 땅에 묻히는 아비규환(阿鼻叫喚)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겪어야 하는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
적어도 우리가 왜, 태어나 왜, 늙고 왜, 죽는지는 모르더라도, 사는 동안 만큼은 최소한 병없이,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잘 살면 안되는 것일까?
어느 야생 다큐에서 보았던 아비 캥거루가, 걱정스런 모습으로 지켜보는 새끼 캥거루 옆에 쓰러져 있는 어미 캥거루를 계속 일으켜 세우지만, 계속 늘어지던 그 어미 캥거루의 안타까운 죽음,
어미가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악어에게 끌려가 발버둥치며 잡아 먹히던 새끼 카피바라, 결국 새끼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난 어미 카피바라가 힘없이 돌아서 발길을 돌리던 그 너무도 쓸쓸해하던 눈망울,
나 자신을 포함해 살려고 애쓰는 모든 존재들이 다, 불쌍했다.
해서, 모든 이웃과 모든 생명들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짐을 단, 한 치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2020년 기준, 현재까지의 컴퓨터들이 주어진 프로그램에 의해 수동적으로 주어진 기계적 명령어들만을 처리하는 Passive (수동형) 컴퓨터 구조였다면, ISAC(Intelligent Silicon for Active Computing) CPU는 내장된 Actor 들에 의해 주어진 문제들을 스스로 판단하며 처리하는 Active(능동형) 컴퓨터 구조를 위한 CPU 칩이다.
IBM이 Roche와 같은 제약 회사들로부터 funding을 받아 개발 중인 Deep Biology Computing은, 모든 생명 현상의 기본인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을 컴퓨터로 모의 실험하여 ‘왜, 아픈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SAC CPU는 기존 CPU들과 비교하여 컴퓨터 구조적으로 100배, 소프트웨어 구조적으로 100배, 100mV 100GHz 초저전압 초고속 반도체 기술로 100배, 3차원 팩키지 및 조립 기술로 100배, 모두 1억배 이상 획기적 FoM(Figures of Merit)을 달성해,
2020년 현재 세계 최고의 수퍼컴퓨터 - 240만개의 CPU Core와 2만개의 GPU를 사용해 1300만W 전력으로 200 PFLOPS 성능을 갖는 IBM Summit -
https://www.engadget.com/2018/06/08/summit-supercomputer-research-ai-oak-ridge/
대비 계산 성능은 5배 이상 1 Exa FLOPS, 전력 소모는 10만배 이상 절감한 100W 이하 단일 칩 Exascale CPU 개발을 목표로 한다.
해서, ‘왜, 아픈가?’는 내 평생 화두(話頭)이자 이삭 CPU 연구소의 존립(存立) 이유다.
Zevan's Commentary
“왜 아픈가?”
아프다는 것은 평소와 다른 상태를 의미합니다. 프린트를 하다가 A4 용지에 슥 베였다던가, 축구를 하다가 부딪혀 다리나 팔이 욱신거린다던가, 감기에 걸려 머리가 지끈거린다던가,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아파서 지나고 나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아프다’는 것은 바로 그 순간 강렬한 고통이기도 하고, 그것이 너무 강하면 가끔가다 기억이 되살아나는 후유증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물리적인 아픔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실연, 난치병, 유고, 절망 등 심리적이면서도 물리적인 아픔들도 (물론 베이고 욱신거리고 지끈거리는 것도 마음이 편치는 않겠습니다만) 존재합니다.
그렇게 보면 ‘아프다’는 것은 평소와 다른 상태이면서도 늘상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왜 사는가’를 질문하듯이, ‘왜 아픈가’를 질문하는 것은 흥미롭고도 당연한 질문인 셈입니다. 아프다는 것은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기제이기도 하죠. 꿈인지 생시인지 볼을 꼬집어서야 확인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프다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그 정도가 심해짐에 따라 당사자와 주변 사람 모두가 힘들기도 하고, 아무리 사소한 경험이더라도 그것을 평생 상처로 기억하기도 하니까요. 때문에 인간은 오랜시간 ‘아프지 않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영생을 누리겠다며 이런 저런 실험과 시도도 해보고, 아픈 것을 신의 저주라며 그 자체를 배격하고 혐오하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죠.
‘아픔’이라는 것으로부터 이어진 참담한 비극, 또는 웃지 못할 희극들은 결국 ‘아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로부터 나온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증상을 확인하고 그것에 대처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으니까요. ‘아픔’의 매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이 그 근본적 해결의 절대적인 열쇠가 될 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에 대처하는 것보다 깊이 있는 사고와 이해를 돕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왜 아픈가?” 이것이 ISAC CPU Research가 세상에 던지는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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